굿판이야기

[스크랩] 범패 공연을 보고

담박제 2005. 9. 29. 02:40

이렇게 글을 올려도 되는가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부담스러우면 그냥 지우셔도 됩니다.

범패공연 후기

처음으로 범패 공연을 보았습니다.
자주 들리는 까페에서 소식듣고 무조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범패 공연있으니 미꼬님을찾으라는)
퇴근시간보다 일찍 몰래 빠져나와 4,300원 시외버스 요금내고 서울에 와서 지하철도 탔지요.
“한국 문화의 집” 강남에 이런 문화공간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1층 로비에서 두리번거리는데 남들이 엘리베이터 타길래 저도 같이 동승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앞쪽에서 환하게 반겨주시는분(미꼬님-아직도 확실하지는 않음)들이 있는데 초면에 어떻게 인사하기도 그렇고 (혹시 미꼬님좀 뵐수 있을까요? 하기가 쑥스러웠음-나이도 얼굴도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임) 그냥 적당히 묻어서 객석에 들어갔습니다.
공연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음향시설(마이크,스피커,앰프)은 형편없는 것 같았습니다.
요령소리 같은 경우 핀마이크와 너무 가까워서인지 모르지만 허접한 스피커 긁는 소리가 거슬렸고 징소리의 공명도 그리 좋지는 못하였습니다.
마이크없이 그냥 공연하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 사진 기사들은 이렇게 많은지
무대에서 공연하는 스님께 제가 민망하고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제지하고 싶지만 혹시 주체측에서 초대했다면,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저는 온통신경이 사진기사에게만 솔렸습니다.
이어 찬조출연으로 정가와 철현금 연주순서가 되었습니다.
강권순님이 무대에 오르자 어느분(미꼬님?)이 사진기사에게 제지하였지요.
(이때는 저도 달려가 항의하려고 하였음)
이제야 조금 안정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단숨에 오게 된 것은 CD로만 접했던 강권순님의 영향도 컸습니다.
선생님의 침 넘기는 소리, 숨소리, 그리고 긴 정적의 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무대였으나 아직도 객석의 분위기가 따라주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정말 무식한 찍사들은 퇴장, 퇴출, 아니면 6개월간 인성교육 시켜야 된다니까요)
철현금의 연주는 “유치, 찬란”(나의 무지의 소치?) 부담스러웠습니다.
요잡이라는 바라춤은 지금까지 서양음악에 익숙한 나의 뒤통수를 가격했습니다.
바라춤 추는 것을 사진으로 볼때마다 서양의 심벌즈를 때리는 소리만 연상했는데 스님들의 움직임은 흡사 나비와 같았고 그 소리는 매우 화사하고 우아하여 마치 연꽃이 터지는 소리와 같았습니다.
기경이라는 승무는 왜 그다지도 아름답던지 (춤이 아름다운것인지 사람이 아름다운것인지 반문을 계속하고 있음)떨리는 손끝과 버선을 신은 발의 움직임은 콩딱거리는 나의심장을 더욱 휘몰아쳤습니다.
스님들의 공연에서는 감히 속세에 적당히 거래하며 실리를 얻고 있는 제가 침향의 깊고 오묘한 세계를 알 수 없겠지요.

올 여름에 중국 운남성의 중덴(샹그리라)을 가보았는데 거기 티벳족의 주식은 야크차와 밀가루를 그냥 피자처럼 구운 음식을 주로 먹어서 나도 현지인처럼 먹었는데 아무 맛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싶어요.
온갖 자극적인맛과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나의 혀로는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던 것입니다.

스님들의 모습만 뵙는 것으로도 나의 정신이 청청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소리와 자비롭고 단아한 얼굴은 서서히 나의 몸속에 독소를 제거하며 향기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손님들이 얼마간 나간뒤 공연포스터가 생각나 1층 현관과 층계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허락 없이 떼어서 가져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원판사진이었어요.
제방에 그리고 학교 음악실과 학교게시판에 붙여놓았습니다.
필요한 것 이라면 즉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지금껏 잠못이루고 오늘도 새벽까지 스토커처럼 이해경 선생님의 까페와 블로그를 탐색하고 있어요.

선생님 좋은자리 마련해 주셔서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선생님 공연(?)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방학때면 시간 부담이 없어요.
건강하세요.
출처 : shamanlee
글쓴이 : 돌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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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가  리허설중 입니다 .   강권순님과   따님인 유진이  

 

  (돌판님의 글에다가  제가 그날 리허설떼 찍은 사진을 붙인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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