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며칠 만에 휴식인가?
정신없이 무리를 했고 온몸이 파김치가 됐다.
새벽 두시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파김치가 된 식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거실에 누운채 시체가 되어 하루 밤 낮을 꼬박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시가 넘었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닌데 밑에 아이들 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럽기는 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내 마음이 밉기만 하다.
이만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 은 항상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며칠간에 준비 끝에 마련된 지화와 제물 (떡. 과일 나물과 전 통돼지 갈비 등등 ) 그 많은 무복과 무구들 전통을 찾는다고 방자제기 에 목기까지 두 대의 트럭과 봉고차 한대. 승합차한대의 분량을 실고 굿판을 벌리는 것이다.
모두가 신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굿판을 ....
나는 힘 드는 줄을 몰라서 벌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위해 벌리는 것도 아니라고 떳떳이 말 할 수 있다.
그냥 굿판 이 좋아서 나는 이것저것 마다 않고 판이 열릴 수 있는 곳이면 판을 열어 보고 싶을 뿐 인 것이다.
에고 그런데 이게 웬일 !
예상과 다른 상황 속에서 나는 하루 종일 쩔쩔매고 말았다 .
신참들과 의 굿판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 되는데
이건 말이 아니였다 .
며칠 동안 다같이 고생들을 한 생각을 하면 야단을 쳐서는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울화통이 터져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아 !
도득 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감각이 없고 눈썰미가 없어서 어케 무당질을 해먹을려고 그렇게 갈 켜 준 것도 잊어 먹고 쩔쩔 들을 매냐?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은거야 ? 엉
그 따위로 해서 무당 노릇 제대로 하겠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냐? 이 돌대가리들아.
다 들 그만둬 다른 신 엄마 찾아가든지 나는 너희들 같은 인간 필요 없어 .
씩~씩~ 거친 숨소리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눈물까지 쏟아져 나온다 .
두 아이는 눈치 보기 바쁘다. 펄펄 뛰는 나 때문에 열두명의 내 식구들 은 그야 말로
정신이 나갔을 것이다.
얼마나 허망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지들도 하느라고 했을 텐데 .. 이 넘의 급하고 다혈질의 성격 때문에...
암튼 그렇게 힘들게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무구들을 정리하는 데도 이틀이 걸렷다.
한아이가 안쓰럽고 괜스레 미안해서 다정하게 말을 붙여본다. “인희야 네가 애 쓰는구나 많이 힘들지 ? 이렇게 고생스럽게 배워가는 거란다. ”
내 눈치를 보면서 한아이가 말한다.
“있잖아요 ! 선생님은 정말 미쳐서 신을 모셨구, 그리구 ~~~~ 굿 을 좋아하시고 재미있게 생각을 하셔서 잠을 그렇게 안 주무시면서도 힘이 드시는 줄을 모르시는 것은 잘 알겠는데요! 저희들은요. 미쳐서 신을 모신 것 두 아닌 것 같구요. 정말 아직까지 굿이 뭔지도 모르고 무당이 뭔지도 잘 모르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정말 힘들어요. 선생님이 기대하는 것만큼 해 나갈수 있나 모르겟어요. 어제는 모두들 힘들어했어요. 정말 한 두 시간 자고 ... 잠을 못자서 그런지 정신도 없구요 . 못 해 먹겠다는 소리도 나오고요 . 다들 몸 살 날거에요, 요즈음 은 다들 편하게 살아가려 하는 데 그런데다가 저 언니는 무당이 되면 편안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살 줄 알았다고 까지 하는 데요 . 무당이란 것을 너무나 쉽게 생각 했던 것 같아요.”
한 방 되게 얻어 맞은 것이다.
그래 맞다. 모든 일이 그렇다, 자기가 미치게 좋아서 하는 일은 힘 드는 줄 모른다.
생활을 하기위한 방편으로 하는 일도 힘이 드는 것이다.
그 애들이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인데.......
나는 내 생각만 하고 준비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을 무대위에 올려놓고
잘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독설을 퍼 부운 것이다 .
내 식구들 이라고 다 내 마음 같은 줄로 착각하고....
좀더 헤아리지 못하고 , 족쳐 대기만 한 것 이다.
굿은 점점 더 사라져 가겠지.
요즈음의 굿도 얼마나 많이 축소 되고 변질 되어 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하겠지! 점점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은 없어 질 것이고
조금씩, 조금씩 축소가 되며 변질 되어 가다가 아주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래서는 정말 안 되는데.......
'굿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제비 꽃 (0) | 2005.05.19 |
---|---|
놀래라 (0) | 2005.05.16 |
지가요 요즈음 맴이 맴이 아니거든여 ! (0) | 2004.10.23 |
인도의 떼얌 (0) | 2004.10.12 |
아시아 샤먼축제 중에서 진도 씻김굿 (0) | 2004.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