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이야기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

담박제 2004. 10. 28. 03:18

  굿

 

 

 

아 !

며칠 만에 휴식인가?

정신없이 무리를 했고  온몸이 파김치가 됐다.

새벽 두시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파김치가 된 식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거실에 누운채  시체가 되어  하루 밤 낮을 꼬박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시가 넘었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닌데  밑에 아이들 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럽기는 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내 마음이 밉기만 하다.


이만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 은 항상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며칠간에 준비 끝에  마련된 지화와  제물 (떡.  과일 나물과 전 통돼지 갈비 등등 ) 그 많은  무복과  무구들  전통을 찾는다고  방자제기 에 목기까지  두 대의 트럭과  봉고차 한대.  승합차한대의 분량을  실고  굿판을 벌리는 것이다.

모두가 신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굿판을 ....


나는 힘 드는 줄을 몰라서 벌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위해 벌리는 것도 아니라고 떳떳이 말 할 수 있다.

그냥 굿판 이 좋아서 나는  이것저것 마다 않고  판이 열릴 수 있는 곳이면   판을 열어 보고 싶을 뿐 인 것이다.

에고 그런데 이게  웬일 !

예상과 다른 상황 속에서 나는 하루 종일 쩔쩔매고  말았다 .

신참들과 의 굿판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 되는데

이건 말이 아니였다 .


며칠 동안 다같이 고생들을 한  생각을 하면 야단을 쳐서는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울화통이 터져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아 !

도득 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감각이 없고 눈썰미가 없어서 어케 무당질을 해먹을려고 그렇게 갈 켜 준 것도 잊어 먹고 쩔쩔 들을 매냐?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은거야 ? 엉

그 따위로 해서 무당 노릇 제대로 하겠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냐? 이 돌대가리들아.

다 들  그만둬  다른 신 엄마 찾아가든지   나는 너희들 같은 인간 필요 없어 .

씩~씩~  거친 숨소리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눈물까지   쏟아져 나온다 .


두 아이는  눈치 보기 바쁘다.   펄펄 뛰는 나 때문에  열두명의 내 식구들 은 그야 말로

정신이  나갔을 것이다.

얼마나 허망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지들도 하느라고 했을 텐데 .. 이 넘의  급하고 다혈질의 성격 때문에...


암튼 그렇게 힘들게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무구들을 정리하는 데도  이틀이 걸렷다.

한아이가  안쓰럽고 괜스레 미안해서  다정하게  말을 붙여본다.  “인희야  네가 애 쓰는구나  많이 힘들지 ? 이렇게 고생스럽게 배워가는 거란다. ”

내 눈치를 보면서 한아이가 말한다.


“있잖아요 !  선생님은 정말 미쳐서 신을  모셨구,  그리구 ~~~~  굿 을 좋아하시고  재미있게 생각을 하셔서  잠을 그렇게 안 주무시면서도   힘이 드시는 줄을 모르시는 것은 잘 알겠는데요!  저희들은요. 미쳐서 신을 모신 것 두 아닌 것 같구요.   정말 아직까지 굿이 뭔지도 모르고  무당이 뭔지도 잘 모르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정말 힘들어요.   선생님이 기대하는 것만큼 해 나갈수 있나 모르겟어요.  어제는 모두들  힘들어했어요.  정말 한 두 시간 자고  ... 잠을 못자서 그런지 정신도 없구요 .  못 해 먹겠다는 소리도 나오고요 .  다들 몸 살 날거에요,  요즈음 은 다들 편하게  살아가려  하는 데  그런데다가  저 언니는  무당이 되면  편안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살 줄 알았다고 까지 하는 데요 .  무당이란 것을  너무나 쉽게 생각 했던 것 같아요.” 


한 방 되게 얻어  맞은 것이다.

그래 맞다.   모든 일이 그렇다,  자기가  미치게 좋아서 하는 일은 힘 드는 줄 모른다.

생활을 하기위한 방편으로 하는  일도 힘이 드는 것이다.

그 애들이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인데.......

나는  내 생각만 하고  준비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을  무대위에 올려놓고

잘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독설을 퍼 부운 것이다 .

내 식구들 이라고 다 내 마음 같은 줄로 착각하고....

좀더 헤아리지 못하고 ,  족쳐 대기만 한 것 이다.


굿은 점점 더 사라져 가겠지. 

요즈음의 굿도 얼마나  많이 축소  되고 변질 되어 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하겠지!  점점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은 없어 질 것이고

  조금씩, 조금씩  축소가 되며 변질 되어 가다가  아주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래서는  정말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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